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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폭력에 사과”

입력 | 2011-10-29 03:00:00

전세계 종교지도자 300명 참석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서 밝혀




“나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흘러온 역사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이 행해졌던 것이 사실임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큰 수치심을 갖고 인정한다. 이는 분명히 기독교 신앙의 남용이며 기독교의 진정한 성격에 명백히 위배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7일 ‘평화를 위한 종교 간 기도 모임’에서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역사 속 폭력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를 표했다. 베네딕토 16세 직전 교황이었던 고(故)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릴레오 재판’ ‘마녀사냥’ ‘십자군 원정’ ‘아메리카대륙 원주민 학살’ ‘개신교 탄압’ 등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청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주도한 종교인 평화 모임 25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모임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폭력과 전쟁, 테러리즘은 결코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며 신의 이름으로 모든 종교는 지구상에 정의 평화 용서 삶 그리고 사랑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진리의 순례, 평화의 순례’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도교 등 전 세계 종교 지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전 세계 불교도를 대표해 연설했다. 모임에는 ‘비(非)신자’라는 타이틀 아래 불가지론(不可知論·절대자, 무한자, 신은 알 수 없다는 주장)자 4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이들에 대해 “전 세계에서 신앙은 없지만 진리를 희구하면서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 초대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