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이 벼랑끝에서 SK를 지켰다. 팔꿈치 부상을 안고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송은범이 3회 2사 만루에서 삼성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고 환호하고 있다. 문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직구·슬라이더 섞어 삼성타선 완벽 요리
잘 던지던 저마노 실투 두개 뼈아픈 실점
엄정욱 자기공 믿고 더 과감하게 승부해야
결과는 SK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팀 마운드가 아직까지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2패로 몰린 가운데 3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던 SK 송은범이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아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빛났던 송은범의 역투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볼도 기껏해야 볼 하나 차이일 정도로 제구력이 빼어났다. 직구는 낮게 들어갔고, 비록 위기를 겪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송은범이 참 좋은 투수라는 점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주로 두 구종만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볼끝과 로케이션이 좋았기 때문이다.
● 홈런 두 방에 무너진 저마노
저마노는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적절하게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SK 타자들을 괴롭혔다. SK 타자들이 커브를 노리고 들어왔지만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시즌 때 패턴하고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SK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한 점이 의아할 정도다. 단기전은 실투에 의한 홈런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마노 역시 가운데쪽으로 몰린 실투 두개가 박재상과 최동수에게 각각 홈런으로 연결된 게 아쉬울 법 했다.
불펜으로 나선 삼성 정인욱이 기대보다 변화구 각이 좋지 않았던 것과 달리, SK 정대현과 정우람은 두 투수가 왜 항상 믿을 수 있는 필승조로 불리는지 보여줬다.
SK 마무리로 나선 엄정욱은 9회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지나치게 타자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느낌이 든다. 9회 1사 후 진갑용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은 바깥쪽 완벽한 제구에 신경썼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조영훈이 1루 대주자로 나간 뒤 주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김상수와의 승부에서도 초반 잇달아 볼을 뿌렸다. 구위가 괜찮았기 때문에 퀵모션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의 볼을 믿고 좀 더 과감하게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