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원금을 못 갚고 이자만 겨우 내는 '취약대출' 18조 원 가운데 6조3000억 원 정도가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제력이 취약한 가계가 연쇄 도산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에서 연간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저소득 가계의 대출 잔액은 2009년 말 57조 원에서 올해 6월말 85조 원으로 4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간 및 고소득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8.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저소득층의 대출증가율이 크게 높았다.
특히 한은은 저소득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70조 원으로 이 가운데 18조 원(25.7%) 정도가 부채상환능력이 부족해 이자만 내는 취약대출로 분류됐다. 이 취약대출의 3분의 1 이상은 내년 말까지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취약대출은 2조5000억 원(13.9%), 내년 만기 도래하는 취약대출은 3조8000억 원(21.1%)이다.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지 못한 가계가 보유 주택을 싼 값에 팔거나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예상 못한 충격으로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면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자금을 빌린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고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분석 결과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저소득 가계는 저축은행 신협 등 비은행권에서도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의 총 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은 2009년 말 53%에서 올 6월 말 56%로 높아졌다. 한은은 신용도가 중하위급 이하인 계층의 상당수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한꺼번에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