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실종된 신동민-강기석은
그들의 운명은 그 뒤에 바뀌었다. 4명 중 박 대장과 신, 강 대원은 이번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도중 실종됐다.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 부대장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서 급파됐으나 그들을 찾지 못했다.
신 대원은 박 대장의 뒤를 이을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였다. 185cm의 키에 74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별명이 ‘괴력의 사나이’였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오를 때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마지막 고비가 되었던 최후의 절벽에 먼저 올라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준 것도 그였다. 조리사 출신인 그는 음식 담당이기도 했다. 50가지 이상의 반찬과 음식을 준비해 산상의 호화로운 음식으로 대원들의 건강을 챙겨주었다. 2001년 네팔 푸모리 등반 때 산 위에 자신을 응원하러 찾아온 열 살 연상의 여성 산악인 조순희 씨(47)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산악인의 마음을 아는 부인은 산에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당부를 하곤 했다. 신 대원은 부인과 아들 호준 군(8)을 남기고 산의 품에 안겼다.
카트만두=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