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의사의 ‘생생 조언’ 원한다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는지, 건강보조 식품은 도움이 되는지, 육식은 해로운지…. 이런 점에 대해 의사에게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의사는 가리는 음식 없이,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한다. 건강보조 식품에 대해서는 반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3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라는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말로 암 환자나 가족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이런 말만 줄기차게 한다. 음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고, 음식 문제를 바라보는 의사의 관점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포도요법이 암 환자에게 좋다는 소문이 났다. 포도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 같은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건강에 좋다. 그런데 암 환자 중 한 명이 포도요법에 빠져 다른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일 포도만 엄청나게 먹다가 고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이 환자는 당뇨병도 있는 상태여서 혈당이 올라가면 암 재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의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지 말고 유용한 정보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는 아닐지라도 암 환자에게 이로운 음식은 얼마든지 있다. 피해야 할 음식도 분명히 있다. 물론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니 한마디로 정리해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어떤 음식을 피하고 어떤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하기보다는 좋은 영양소가 많은 양질의 음식 재료를 선택하도록 권한다. 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보관하고 조리하도록 알려준다.
이상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상욱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