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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태훈]박찬호와 이승엽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입력 | 2011-10-31 03:00:00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28일 문학야구장. 경기 시작 전 깜짝 손님이 찾아왔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전력 외 통보를 받은 박찬호였다. 그는 SK 이만수 감독대행과 삼성 류중일 감독,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를 만났다. 취재진에게는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 하지만 구 총재 등에게는 할 말을 다했다. “한국 복귀를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박찬호는 이 대행에게 “외국인 선수도 바로 한국에서 뛸 수 있는데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인 나는 왜 (바로 복귀가) 안 되느냐”고 토로했다.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며 국내 복귀를 주장했다. 그는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가 며칠 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 서려면 내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한다. 연고 구단인 한화는 우선 지명권을 갖고 있다. 한화는 드래프트에서 신인 지명권은 그대로 주되 박찬호는 예외적으로 복귀하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편법이다. KBO 규약에 따르면 1999년 이전에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박찬호는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1994년 미국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다른 구단들이 박찬호에게만 예외를 둬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찬호는 지난해 미국 생활을 접기로 했을 때가 절호의 기회였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 동안 아시아 최다승(124승)을 거두고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국내 야구계도 그의 복귀를 반겼다. 그러나 박찬호는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아내가 재일교포인 데다 선발을 보장받아 일본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1승 5패, 평균자책 4.2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갈 곳이 없어지자 한국에 받아달라고 읍소하는 모양새가 됐다.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승엽의 상황은 다르다. 이승엽은 내년까지 오릭스와 계약이 돼 있었지만 “힘이 남아있을 때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양해를 구한 뒤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일본 야구에서 8시즌을 뛰면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인 타자로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박찬호는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던 ‘코리안 특급’이자 국민적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연고팀인 한화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KBO 총재부터 찾아 나선 건 아쉽다. 스타일수록 절차를 지키는 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