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8개월… ‘라응찬과 거리 두기’ 시도
라 전 회장은 최근 친구이자 신한지주 2대 회장인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함께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해 전현직 일본계 주주들과 저녁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는 라 전 회장의 뜻이 아니라 주주들의 요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동 소식을 전해들은 한 회장이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구설수를 만들 수도 있다”고 취소해달라는 뜻을 라 전 회장 측에 전했고, 결국 이 모임은 무산됐다.
한 회장은 최근 본보를 포함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잇따라 “내가 친라응찬 인사라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뽑혔다지만 나는 친라 인사도, 반(反)라 인사도 아닌 오직 ‘친신한’ 인사”라고 거듭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그림자 경영’설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신한 내부에서는 아직 행장 선출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한 회장이 이렇게 빨리 서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언급할 줄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그간 일부 부행장의 행장 승진설이 간간이 흘러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한 회장이 라 전 회장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한 듯 보여도 원래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며 “임원회의 때도 라 전 회장은 주로 임원들의 보고를 듣기만 하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지만 한 회장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지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 회장의 독자적인 면모는 7월에 있었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엿보였다. 당시 한 회장은 “금융회사 CEO는 실적과 주가로 평가받아야 하며 일각에서 운운하는 ‘4대 천왕’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다른 관계자는 “상고 출신으로 입지전적 이력을 지닌 라 전 회장과 달리 한 회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로 은행의 인사 및 기획부문 등 핵심 코스만 밟아왔다는 평을 듣는다”며 “무색무취가 아닌 그만의 색깔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