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출신으로 이곳에서 음악교사를 지낸 윤이상 씨는 우리 전통 국악과 서양의 음악세계를 접목한 세계적인 음악가 중 하나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씨와 함께 윤 씨는 통영 사람들의 자부심과 닿아 있다. 윤 씨의 뜻을 기려 매년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의 순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기량을 겨루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가 2003년 생겼다. 지난해 우승자인 중국의 천윈제 씨는 피아노의 ‘샛별’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올해는 ‘통영의 딸’ 신숙자 씨(69) 문제로 시끄럽다. 윤 씨의 말에 넘어가 월북한 신 씨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콩쿠르 중단 요구까지 나온다.
▷음악회를 보러 한국에 온 윤 씨의 부인 이수자 씨(84)는 북한에서 귀빈급 대우를 받는다. 평양 교외의 집을 김일성에게 선물 받은 이 씨는 저서 ‘나의 독백’에서 “낮은 산이 집 주변을 두르고 있어서 산자락이 모두 정원인 셈”이라고 했다. 김일성 사망 5주기를 맞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은 이 씨는 “대를 이으신 장군님께서 한 치의 빈틈없이 나라 다스리심을 수령님께서 보고 계실 것입니다.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며 수령님 영전에 큰절을 올립니다”라고 방명록에 썼다. 이 씨는 북한 당국의 특혜를 받아 평양 중심가에서 상점도 운영한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