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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역사 동춘서커스 ‘3류’ 벗고 ‘한류’ 꿈꾼다

입력 | 2011-11-01 03:00:00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의 한 천막 공연장에서 동춘서커스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9일 오후 2시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시화방조제를 지나 섬으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 커다란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86년 역사를 가진 동춘서커스단의 천막극장이었다. 평일 오후 썰렁할 줄 알았던 공연장에는 이미 200명 가까운 관객이 앉아있었다. 3대 단장을 맡고 있는 박세환 씨(66)의 인사말과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5개의 원통 위에 놓인 판자에서 중심을 잡는 ‘원통쇼’, 커다란 항아리를 농구공처럼 갖고 노는 ‘단지쇼’ 등 16개 프로그램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아찔한 묘기가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이 엇갈렸다. 박수도 끊이지 않았다. 9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공연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 이유 있는 화려한 부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해체 위기까지 갔던 동춘서커스단이 대부도에 터를 잡은 것은 올해 6월. 새로운 볼거리를 찾던 안산시와 안정적인 공연을 원했던 서커스단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공연단 내부에서조차 “머나먼 대부도까지 관객들이 찾아오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올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최고 1000명이 넘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요즘도 평일 200∼300명, 주말에는 1500명가량 공연을 보러 온다.

남다른 마케팅 전략도 관객 유치에 도움이 됐다. 대부도로 단체연수를 오는 기업체에 서커스 관람 조건으로 공연장을 무료로 빌려줬다. 또 안산지역에서 2만 원 이상의 식사를 하고 영수증을 내면 어른 1명에 2만 원인 입장료를 8000원으로 깎아준다.

대부도 상설공연이 자리를 잡으면서 순회공연을 위한 작품 제작도 활발하다. 동춘서커스단은 2개 팀 70명으로 구성됐다. 1개 팀은 대부도에서 공연하고 다른 1개 팀은 ‘뉴 홍길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하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연극과 서커스를 결합한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 ‘서커스 한류’에 도전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일본인 관광객 나가시마 요시오(長島義男·53·회사원) 씨는 “일본에도 서커스가 있지만 스케일이나 연기력에서 동춘서커스가 훨씬 뛰어나다”며 “(공연을 보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고 감탄했다.

공연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동춘서커스가 일류 한류상품이 되려면 아직 개선할 것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 일부는 여전히 낙후됐다. 공연 프로그램 구성도 ‘2% 모자란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에서 대부도까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볼거리도 부족하다.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한 여행사 가이드 김혜숙 씨(37)는 “서커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관광객 반응도 좋다”며 “다만 이것만 보려고 대부도에 오기는 힘들기 때문에 주변에 새로운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안산시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안산시는 조만간 시화호조력발전소가 완공되면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편의시설 개선 및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현대식 공연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기업체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내년 중 대부도에 관광안내소와 낙조전망대, 산책로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동열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서커스의 기예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구성이나 마케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다양한 능력을 가진 외국 인력도 확보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02-452-3112, www.circus.co.kr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