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의 신바람 리더십
5월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경기에서 고명진이 골을 터뜨리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대행. 동아일보DB
지난해 우승 징크스였던지 올 시즌 초 16개 팀 중 15위까지 추락하는 극심한 부진 속에 황보관 감독을 4개월여 만에 내보낸 FC 서울을 맡아 3위로 끌어 올린 최용수 감독대행(38)은 선수들에게 ‘형님’으로 통한다. 선수 시절부터 지나친 승부욕을 보이고 위계질서를 강조해 다소 팀 분위기를 흐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팀을 맡자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선수들에게 재밌는 농담을 건네고 기쁨과 슬픔도 늘 함께한다.
8월 13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안방경기에서 선수들과 골 세리머니를 함께 하다 이젠 유명한 일화가 된 ‘양복 사건’을 일으켰다. 몰리나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8분 결승골을 터뜨리자 코너 플래그 근처까지 달려간 그는 몰리나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며 기뻐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양복바지가 찢어지고 무릎도 까졌지만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골을 넣은 것도 기뻤지만 경기를 할 땐 멋지게 이겨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최 감독은 선수들을 ‘장미’라고 표현한다. 애창곡인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에서 따와 “우리 서울에는 36송이의 장미가 있다”며 ‘36송이 장미’로 바꿔 노래를 부른다.
이런 최 대행의 변신에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자극받았다. 사실 수도권 명문 팀으로 평소 어려운 것을 모르고 지내다 바닥까지 떨어진 선수들은 다소 의기소침했었다. 하지만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환골탈태한 최 대행과 거리낌 없이 지내면서 하나로 뭉쳤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큰 소리로 서로 격려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이겼을 땐 더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감을 만끽했다. 서울은 최 대행이 맡은 뒤 4월 30일 첫 경기에서 2-1로 이겼고 수원 삼성과의 피 말리는 3, 4위 싸움 끝에 3위로 마감해 K리그 2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