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에 우리 돈으로 50만 원이 넘는다기에 거스름돈까지 줬는데….”
올 9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S양복점에 양복을 맞추고 싶다는 40대 초반의 남성이 찾아왔다. 견장이 달린 남색 제복 차림을 한 남자는 “항공사 부기장으로 일하고 있어 브라질을 자주 오가는데 현금이나 카드가 없으니 브라질 돈으로 계산하자”며 1000크루제이루 화폐 두 장을 내밀었다. 양복점 주인은 “장당 54만8000원가량인데 54만 원으로 쳐 달라”는 손님의 말만 믿고 거스름돈으로 28만 원을 줬다.
주인은 손님이 떠난 뒤 은행에 확인했지만 환전이 불가능한 구권(舊券)이라고 했다. 크루제이루는 옛 브라질 화폐로 1994년 브라질 정부가 화폐개혁을 한 뒤 사용하거나 환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화폐 수집가들이 수집용으로 찾을 때도 있지만 1000크루제이루는 장당 5000원 정도에 거래된다. 주인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최근 강남 일대에서 크루제이루 화폐를 이용한 사기가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