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 잦아들어 최악사태 모면이재민 구호물품 방치 등 복구과정 주민 불만 고조
태국 홍수 사태의 최대 위협으로 꼽혀온 타이 만의 만조가 잦아든 31일 방콕 도심이 평온을 찾고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태국 홍수는 수도 방콕 도심 전면 침수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한 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콕 도심을 관통하는 짜오프라야 강 수위는 전날엔 2.65m로 홍수방지벽(2.5m)을 살짝 넘었지만 이날 새벽에는 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더는 폭우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도심에서 물난리가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북쪽에서 유입되는 강물은 방콕 도심을 통과해 15일 후면 바다로 빠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이날 “방콕 시내 운하들의 수위가 떨어지고 북쪽으로부터 시내로 유입된 강물들도 빠르게 빠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잉락 총리는 전날 태국 전역의 복구와 치수 사업에 9000억 밧(약 32조 원)을 투입하고 앞으로 재난 방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침수 복구와 이재민 구호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홍수 사태의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로부터 기부 받은 이재민 구호물품이 돈므앙 공항의 한 창고에 방치된 장면이 이날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됐다. 언제 도착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방치된 구호품 중에는 의류와 식수, 보트, 간이용 화장실 등이 포함돼 있었다.
도심을 보호하려 물길을 돌린 정부에 항의해 방콕 외곽의 일부 주민이 10월 29일 돈므앙 지역 쁘라빠 운하 근처 제방을 무너뜨려 인근 지역의 침수 피해가 악화됐다. 이로 인해 오염된 강물이 수돗물에 유입되자 정부는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시도록 당부해야 했다.
7월 말부터 시작된 태국의 홍수로 전국 77개 주 가운데 28개 주가 침수 피해를 보았으며 현재까지 381명이 숨지고 250여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콕=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