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2제美 저명학자 2년 연구 끝에 소신 바꿔 “지구 온도 상승”
3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물리학 교수인 리처드 뮬러 박사(67·사진)는 최근 “1950년대 이후 지구 온도가 섭씨 1도가량 상승했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및 항공우주국(NASA)이 제시해온 수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뮬러 박사의 애초 견해와는 달라진 것이다. 뮬러 박사는 미 국방부 자문그룹의 일원이며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같은 학교의 솔 펄머터 박사를 가르친 바 있는 저명한 학자다.
이번 연구에서 뮬러 박사는 “기상관측소를 신뢰할 수 없고, 도시에선 열섬현상이 있어 측정 수치가 왜곡된다”는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그 타당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 “각 관측소의 신뢰성과 상관없이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도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뮬러 박사의 연구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60만 달러(약 6억6360만 원)의 이번 연구비 중 4분의 1을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을 적극 지원하는 찰스 코치 재단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대량의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에너지 기업을 갖고 있는 코치 가문은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인 연구자들에게 많은 연구자금을 지원해 왔다.
뮬러 박사의 연구 결과는 31일 뉴멕시코 주 샌타페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회의 주최자인 물리학자 피터 차일렉 박사는 온난화 회의론자다. 하지만 차일렉 박사는 “우리 회의는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는 자리로 당연히 뮬러 박사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코치 재단도 성명을 내고 “뮬러 박사의 연구를 후원한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뮬러 박사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회의론자들이 정당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온난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회의론자 설득에만 실패했을 뿐이지 이들이 매우 신중하게 연구해 왔다는 점이 밝혀졌다. 온난화는 실제 존재하며 이 연구가 그간의 논쟁을 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