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 돼지의 췌도(췌장섬)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안정적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팀이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면서 새로 개발한 면역조절항체(MD-3)를 투여했더니 거부반응 없이 원숭이의 혈당이 자동 조절됐다. 인슐린 분비체계가 고장 난 당뇨병 환자들은 평생 인슐린을 투여 받는다. 이들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면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의 핵심은 MD-3라는 면역제제다. 세계 의학계에서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방안이 계속 시도됐으나 면역 거부반응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사람의 면역유전자를 넣은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연구도 부작용 때문에 실패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면역조절항체는 돼지 세포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시험은 당뇨병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연구 성과는 당뇨병과 원숭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종 간이든 동종 간이든 면역거부의 문제점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식 환자들이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도 먹을 필요가 없어진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