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동료를 잃은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비통하고 참담합니다. 그저 이번 일이 꿈이길 바랍니다."
산악인 엄홍길(51) 대장은 2일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엄 대장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BTN불교TV '엄홍길의 챌린지 쇼 소나무' 간담회에서 최근 박영석 원정대의 사고와 관련, "그간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여러 명의동료를 잃었는데 그때마다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꿈이었으면, 그 친구가 아니라 내가 갔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고통과 자책감, 슬픔에 잠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고로 산악계가 위축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엄 대장은 "이런 계기를 통해 우리 산악계가 더욱더 힘을 합쳐서 박영석 원정대의 도전과 탐험 정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 정신들을 계승해나가야 한다"며 "후배들은 선배들의 뜻을 이어 계속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선배들이 이룬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완등한 엄 대장은 그 자신 토크쇼 MC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7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30분에 방송될 BTN불교TV '엄홍길의 챌린지쇼 소나무'의 진행을 맡아 MC로 데뷔한다.
엄 대장은 "그동안 히말라야 8000m 산을 오르다 내려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미지의 세계, 새로운 산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한걸음한걸음 걸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항상 출연자 입장에서만 방송에 출연하다가 반대 입장이 되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 첫 녹화를 하는데 높은 산에 올랐을 때 고산증이 오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잘 못쉬겠더라. 등에서 땀이 철철 흘렀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손님들이 오히려 자신을 편하게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엄 대장은 "게스트들이 너무나 솔직담백하고 진실하고 편안하게 해줘 감사하다"며 "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몇번씩 울컥울컥했고 감동도 받았다. 여태산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다방면에서 최고의 분들을 만나 말씀을 들으며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엄홍길은 산, 자연과 어울리는 이미지인데 내가 양복입고 분장하고 나오면 내 이미지에 전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산악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산 엄 대장은 "성공한 삶이라고 얘기는 못하겠고 그저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한다"며 "지금도 산을 떠난 것은 아니고 마음속에 언제나 산을 품고 있다. 지금도 하얀 설산이 너무 그립고 히말라야로 당장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 내 인생이요, 어머니"라며 "기회가 되면 또다시 히말라야로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