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신통한 발언이 나오지 않자 노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종전 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한다”고 따졌다. 부시 대통령은 “종전 선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 뒤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좀 더 명확하게 말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부시는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하느냐”고 받았다. 둘 다 웃고 있었지만 정상 간에 외교적 언쟁이 공개적으로 오간 셈이다. 종전 선언을 평화 협정으로 인식하던 미국으로선 종전 선언을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로 이용하자는 한국 정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자리에 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비망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괴짜 같은(erratic) 면모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기이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2005년 11월 경주로 부시 대통령을 초대한 노 전 대통령은 방코델타아시아에 묶인 북한의 불법 자금 2500만 달러를 풀어주라며 1시간 넘게 언쟁했다. 옆에서 좌불안석이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최악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꼽았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