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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인후보 ‘性희롱 수렁’에

입력 | 2011-11-03 03:00:00

언론 “NRA 회장때 여자 2명에 비밀준수-이직조건 돈줘” 폭로“마녀사냥”→“1명은 기억난다” 잇단 말바꾸기로 의혹만 키워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 주자로 부상한 허먼 케인 전 갓파더스피자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성희롱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처음 보도한 후 확산 일로에 있는 성희롱 의혹은 케인 후보가 1996∼99년 전미요식업협회(NRA) 회장 시절 2명의 여직원에게 성적(性的)으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언행을 했으며 NRA는 이 문제에 대해 비밀을 준수하고 이직하는 조건으로 수만 달러를 주고 이 여성들과 합의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일 워싱턴포스트는 2명의 여성 중 1명이 NRA 측에 비밀 준수 조항을 풀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케인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여성의 주장이다. 또 다른 여성은 NRA와 합의하는 조건으로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3만5000달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케인 후보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고 있지 못하며 오히려 수차례 말을 바꾸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된 다음 날인 1일 오전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이 사건들에 대해 모른다”며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은 어느 정도 기억난다”며 “‘내 아내와 키가 비슷하다’며 이 여성과 키를 재보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합의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3∼6개월분의 월급을 받고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시인했다. 케인 후보가 언급한 여성은 NRA 측에 비밀 준수 조항을 풀어 달라고 요청한 여성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2일에도 긴급 진화에 나선 케인 후보는 “비밀 준수 조항을 풀어주도록 NRA 측에 요청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변호사와 상의해봐야 한다”고 답해 의혹을 키웠다.

미국 언론들은 의혹의 진위를 떠나 케인 후보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번 의혹을 조기 수습하지 못하면 그의 대선 경선 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