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신규계약 제안받은 중소업체 발 동동…이미 설비투자 끝낸 곳은 자금압박 시달려
자동차용 전자장비 부품 전문 중소기업인 A사는 요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초 A사는 미국의 완성차 업체인 B사로부터 “새로 출시될 신차에 A사의 부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B사는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이에 따라 A사는 이미 수출에 필요한 모든 설비 작업까지 마쳤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신차 출시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며 “B사가 얼마나 기다려 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속 타는 부품업계
최근 자동차 부품업계의 눈은 온통 국회로 쏠려 있다. 국회에서 FTA 비준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이는 비단 중소기업만의 상황은 아니다. 국내 1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에 한미 FTA 지연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평균 2.5%의 관세가 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 매출과 생산물량 등이 바뀌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FTA 비준이 늦어지면서 신규 계약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라며 “여기에 FTA를 앞두고 설비 투자 등을 이미 단행한 곳은 자금 압박도 만만치가 않다”고 설명했다. 또 FTA 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 필수적인 ‘원산지증명시스템’의 경우 업체당 생산 규모에 따라 수천만∼수억 원이 소요되는데,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규모 금액을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회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 세계 부품 시장 확대 기회
자동차 부품 업계는 관세 철폐로 인해 수출을 300억 달러 선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90억 달러였고, 올해는 그 규모가 2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피스톤, 샤프트와 같은 냉간 단조 제품은 미국 내 수입시장 규모가 18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협회 관계자는 “품질이 뛰어난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10%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생산된 신차에 부품을 납품하면 지속적으로 수리용 부품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에는 큰 이점이다.
국민대 경영학과 유지수 교수는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미국 업체로부터 수주를 더 많이 받게 된 부품업체들이 관세 혜택을 보려고 국내 제조기반을 적극적으로 늘릴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고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비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