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현금 주면 핵시설-군비 확장에 유용 우려”…정부, 국민정서-美반발 고려 계약서에 내용 포함 추진
정부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과 관련해 러시아와 남한 사이의 가스 통과료로 북한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일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이 성사될 경우 북한에 들어가는 자금의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금이 아닌 발전소 건설 방식의 현물지급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이런 방식을 북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그동안 국내에서는 “북한에 통과료를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가 쟁점이 돼 왔다. 통과료로 연간 최소 1억∼2억 달러의 현금을 북한에 지급하면 이 돈이 북한의 핵시설 및 군비 확장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북한이 통과료로 받은 자금 사용처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한국의 보수층에서뿐만 아니라 한미 간에도 가스관 사업 추진을 놓고 논란이 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핵심은 안전 문제와 통과료 문제”라며 “국제 통상의 예에 따라 우리가 지불한 돈을 러시아가 현금으로 북한에 지급한다면 남남 갈등이 예상되며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한과 러시아 당국 및 한국가스공사-러시아 가스프롬은 천연가스관 건설 및 가스공급 계약을 할 때 북한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러시아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하되 러시아가 북한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주고, 남한으로 가는 천연가스의 일정량을 북한에 제공해 전력생산에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는 데 따른 위험은 전적으로 러시아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덧붙였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