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하로 보기 어렵다” 2심 파기… 모욕죄로 처벌할 가능성은 열어둬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에 몰두하던 김모 씨(20). 그는 다른 게임 이용자 A 씨가 게임 속 채팅방에서 자신에게 욕설을 하자 ‘뻐꺼, 대머리’라고 대응했다. ‘뻐꺼’라는 표현은 ‘(머리가) 벗어졌다’를 뜻하는 인터넷상 속어다. 격분한 A 씨는 김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김 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로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통상의 일반인이 ‘대머리’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어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김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머리’라는 표현이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 씨가 A 씨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모욕을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일 수는 있다”고 말해 모욕죄로 처벌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