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이래 최대 규모… 대규모 신사업-인수합병說도
LG전자가 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1조621억 원을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주식을 더 발행해서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2000년(5440억 원)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미리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LG전자는 1900만 주를 기존 주주에게 배정한 뒤 실권주는 일반인에게 5만5900원에 공모할 예정이다. 증자 비율은 11.7%, 할인율 20%를 적용했다. 배정 기준일은 11월 19일이며, 납입일은 12월 28일이다. 신주는 내년 1월 9일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LG전자가 왜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유상증자를 하면 금융비용은 안 들지만 자칫 ‘외부에서 돈을 못 빌릴 정도로 회사가 어렵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LG그룹 계열사 주가가 모두 줄줄이 하락해 총 4조 원이 날아갔다. LG전자만 따져도 시가총액 1조4000억 원이 사라졌다.
증권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자본금을 늘려 현재 173%인 부채비율을 줄임으로써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자를 더 내야 한다. LG전자의 차입금이 약 8조5000억 원인데 이자율이 1%포인트만 올라가도 추가로 850억 원을 더 써야 한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약 4000억∼5000억 원으로 충분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자는 차원”이라며 “LG전자가 내년에도 사업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 등 신규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LG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LG전자의 설명처럼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위해서라는 예측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당장 LG전자가 대규모 신사업 투자나 M&A를 할 여력은 없다”며 “어려운 때를 대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