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이상 16주기, 갈라진 통영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 구출 운동으로 친북 행적 논란에 휩싸인 작곡가 윤이상 씨의 16주기를 맞은 3일. 윤 씨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서는 윤이상 규탄 집회와 추모식이 동시에 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통영에서 열리고 있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기간에 맞춰 윤 씨의 과거 행적과 예술적 업적을 알리기 위해 보수단체와 통영지역 예술단체가 각각 기획했다. 신숙자 씨 모녀 구출 운동이 윤 씨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면서 보수단체와 통영지역 예술단체 간의 마찰과 대립의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 “통영의 딸 구출운동 입장 밝힐 것”
추모 3일 경남 통영시 도천동 도천테마공원 내 기념관에서 열린 ‘윤이상 선생 16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윤 씨를 추모하고 있다. 통영=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추모식에서 참석한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사무국장은 윤 씨의 부인 이수자 씨(84)의 인사말을 대신 전했다. 이 국장은 “유족은 통영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주일 뒤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영지역 예술인들도 윤 씨가 신 씨와 신 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 “윤이상은 통영의 아들이 아니다”
규탄 3일 경남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보수단체 회원 70여 명이 ‘신숙자 모녀 월북 배후 조종 윤이상 규탄대회’를 열어 윤이상 추모제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대청소 500만 야전군 본부, 어버이연합,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로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를 북에 넘긴 윤이상 및 그 가족과 종북 세력 규탄대회’에 참여하려고 전국에서 모였다. 일반시민은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북한을 조국으로 알고 충성해온 윤 씨가 통영의 아들이란 말인가”라며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을 윤 씨 기념물들로 채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규탄대회에 이어 통영 중앙시장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윤 씨를 비판하는 유인물도 나눠줬다.
지만원 야전군 본부장은 “추모식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통영시민들에게 윤 씨의 행적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윤 씨가 반국가 활동을 한 만큼 통영 대표 인물로 추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