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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석 민노당에 FTA 발목 잡힌 민주… 87석 제1야당 실종?

입력 | 2011-11-04 03:00:00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FTA 핵심쟁점 끝장토론에 야당이 불참하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당측 토론자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정부의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방침, 방송사 생중계 불발 등을 문제삼으며 토론회에 불참했다. 동아일보DB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장 선거 때 후보를 내지 못한 채 시민단체세력의 ‘들러리’ 역할을 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여당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질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 FTA는 4년 전 민주당이 여당(열린우리당) 때인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이고 현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총리, 장관 등을 지낸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지금 와서 “절대 불가”를 외치는 것은 자기부정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요구해온 피해대책을 여당이 받아들였음에도 의원총회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번에 퇴짜를 놓은 것 역시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린 일이다.

의석수 87석인 민주당은 “우리는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밝히면서도 FTA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의석수 6석의 민주노동당이 주도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한미 FTA 소관 상임위) 사무실 점거 농성에 아무런 반대 없이 들러리로 동참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야권연대’에만 매몰돼 민노당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김영환 의원은 1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FTA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니 만큼 투쟁 수위를 조절해 국민에게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공개 질타했다. 그럼에도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과거 국회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의원들이 태연히 폭력을 반복하거나 묵인하는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2일 외통위 전체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뒤 폐쇄회로(CC)TV를 신문지로 가렸다. 강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공중부양’ 활극을 펼쳤다. 2008년 12월 외통위 회의실의 출입문을 해머로 때려 부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같은 날 외통위 회의실 점거 책임의 소재를 놓고 남경필 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폭력의 악순환’에는 국회의 고질적 온정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4월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치며 양당 간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한나라당 김성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징계안도 없던 일이 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