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예산안 처리가 몸싸움 끝에 통과된 뒤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못 지키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11개월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여야 합의 처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들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갈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2명 중에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포함해 구상찬 김세연 홍정욱 외통위원 등도 포함돼 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일부 누리꾼은 이를 근거로 2일부터 트위터에 22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약속을 지켜 달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FTA를 통과시키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압박하는 글도 있다. 남경필 홍정욱 의원은 이에 트위터에 ‘(지난해 한) 약속을 지킨다’는 글을 올렸고 22명 중 일부 의원은 ‘선언 당시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명자 중에는 ‘강행처리에 본인이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경우’는 불출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의원도 많다.
서명자 중 한 명인 한나라당 김장수 최고위원은 3일 “서명 자체에 얽매이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계속 이런 상태로 간다면 국익을 위해 물리력을 불사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비준안 처리는 개인의 영달이 아닌 국가를 위한 것이고 야당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국회 폭력 추방을 함께 강조해놓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는 아무런 말이 없는 민주당 내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 의원 24명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국회 폭력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물리력으로 표결을 막으려는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서명한 한나라당 의원 22명 명단 ::
황우여 남경필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22명)
▲동영상=남경필, “조승수 위원 나오시오 이러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