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하지만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 선정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뜨거운 감자’다. 합리적 토론을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동아일보는 원자력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정보를 8회에 걸쳐 제공한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우라늄 핵연료를 태워 발전한다. 원자력발전에 사용하는 ‘핵연료’는 우라늄 동위원소 우라늄235(0.7%)와 우라늄238(99.3%)로 구성된 천연우라늄이나 우라늄235(3∼5%)와 우라늄238(95∼97%)로 구성된 저농축우라늄으로 만든다. 처음 만들어진 핵연료는 방사능이 거의 없고 열도 발생하지 않는다.
핵연료가 발전용 원자로에서 4년 반 정도 타고 나온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른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 핵분열로 생긴 핵분열생성물 5.2%, 우라늄이 중성자를 얻어 만들어지는 플루토늄 1.2%, 초우라늄원소 0.2%, 그리고 93.4%의 우라늄 찌꺼기로 구성된다.
원자로에서 꺼낸 지 몇 년 안 된 사용후핵연료는 고열 때문에 제대로 냉각하지 않으면 감싸고 있는 피복재가 녹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체 형태의 고준위 방사성물질 세슘137이 나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뒤에도 약 5년간은 수조에서 냉각한다. 그 후 40∼50년간 물 또는 공기로 냉각한 후 지하 500m 아래에 묻어 격리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자연에서 완전히 격리 처분하는 일은 원자력 연구계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사용후핵연료 속의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우라늄 혼합핵연료’를 만들어서 다시 발전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강한 방사선과 고열을 발생시키는 핵분열생성물과 초우라늄원소들은 땅속 깊은 곳에 처분해야 한다. 매립 처분을 위한 용지 확보의 어려움과 고준위폐기물의 독성을 크게 줄이기 위해 지금 세계 원자력계는 4세대 원전과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강정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