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베스트셀러에 드러난 시대정신
한나라당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청춘콘서트’를 흉내 내서 시작하려던 ‘대학생 드림토크’가 외부 인사의 대거 불참으로 집안 잔치로 끝나게 생겼다. 자발성과 진정성 부족이라는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정치권이 젊은이와 소통한답시고 좌충우돌하는 것보다 조용히 앉아 2040이 즐겨 보는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베스트셀러에는 그 시대의 고민과 화두가 녹아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지난해 한국 사회를 강타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 담론에 불을 붙였다. 책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듯 저술돼 있고 예시가 풍성하지만 결코 읽기 쉽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 난삽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100만 부 이상 팔린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정의에 대한 갈증이 폭넓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도 젊은 세대에게 입소문을 탔다. ‘엔트로피’의 저자이기도 한 리프킨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시대가 지나가고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예측한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겪는 정서, 경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정치인들은 공감능력을 잘 활용하고 또 그래야 한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1992년 3월 맨해튼에서 에이즈 운동가 밥 라프스키에 대한 질문에 “당신의 고통을 느낍니다”라고 말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00만 부나 팔려 나간 것도 ‘공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구체적 해법도, 장밋빛 희망도 주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겨운 나날을 영위하는 젊은이에게 청춘은 원래 아픈 거라고, 그저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낼 뿐이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등 두드려 주는 것만으로 감동할 정도로 지금 청년들은 힘겹다. 정치꾼들에게는 좌우이념이 중요하겠지만 청년들에게는 모두가 기득권층일 뿐이다. 정치권은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혀 공감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단아의 성공에 환호하는 대중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