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문신은 최근까지도 조직폭력배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조폭들이 일본 야쿠자의 영향을 받아 문신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 수호지를 보면 양산박에 문신을 한 호걸들이 있다. 그들의 의리에 감명받은 일본 야쿠자가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오늘날 문신은 한국 조폭, 일본 야쿠자, 중국계 방(幇) 등 동아시아권 폭력조직에 공통된 현상이다. 가문의 문장처럼 폭력배들은 문신을 새김으로써 조직에 소속감을 드러낸다. 문신을 새길 때의 고통을 참고, 지워지지 않는 각인을 몸에 지님으로써 각오를 표시하는 것이다.
▷문신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쭈뼛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고대 사회의 전사들은 적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무서운 얼굴 문신을 했다. 오늘날 조폭이 하는 문신에도 무서운 용이나 호랑이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다. 상반신이나 전신에 걸쳐 사인펜으로 그린 것처럼 선명하고, 진하다 못해 검푸른빛이 감도는 문신은 보는 사람이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문신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도 배려해야 한다. 목욕탕에서 문신한 남자를 만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목욕할 마음이 사라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