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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한-EU FTA 체결당시 “국내 피해” 억지 주장… 4개월 뒤 진실은

입력 | 2011-11-05 03:00:00

정동영 “우리 농산물로 급식 불가능” → 국산재료 규제 한곳도 없고이정희-강기갑 “SSM 규제법 무력화” → EU 제소-문의 한건도 없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정부의 피해 대책은 실효가 없는 거짓입니다. 중소상인을 위한 유통법 상생법은 휴지조각이 됩니다. 친환경 우리 농산물 무상급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국회에서 비준이 처리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한-EU FTA는 한국의 대기업슈퍼마켓(SSM) 규제법과 중소상인들을 위한 법안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지자체는 우리 농산물을 조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야권 인사들의 이런 주장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SSM 규제법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각급 학교 및 직장 급식에서 외국산 재료가 의무적으로 쓰이는 일도 없다.

○ 한-EU 때도 ‘괴담’ 수준 주장 홍수

국회가 올 4, 5월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논의할 당시 야권은 SSM 규제가 무력화되고 우리 농산물 급식이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로 비준에 반대했다. 야권 인사들은 한-EU FTA 협정문의 ‘서비스 양허표’에 따라 “한국은 EU 기업의 도매서비스, 소매,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제한 없는 진입을 보장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SSM 규제법이 여기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EU FTA가 발효되는 순간 유통법과 상생법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영국의 테스코 자본 같은 곳이 제소하면 (재래시장에서) 500m가 아니라 300m 내에 SSM이 들어와도 제한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유통법 상생법으로 불리는 SSM 규제법은 전통상업 보존구역(재래시장)에서 1km 안에 SSM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려면 기초자치단체장이 조례로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기업이 51% 이상 지분을 갖는 SSM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정책의 핵심인 이 법이 무력화된다는 주장 때문에 영세 중소상인들은 당시 한-EU FTA에 강력히 반발했다.

▼SSM규제법 오히려 강화돼 시행 “허무맹랑한 반대 국력 손실 낳아”


한-EU FTA가 발효되면 우리 농산물로 급식을 할 수 없다는 ‘괴담’에 가까운 주장도 공공연히 제기됐다. 이정희 대표는 “한미 FTA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을 적용하면서 학교 급식을 예외조항으로 규정했지만 한-EU FTA에는 이것을 정해놓지 않았다”며 “광역자치단체는 한-EU FTA 때문에 우리 농산물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WTO GPA는 정부 조달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내국민으로 대우하고 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통과 후에도 이 같은 ‘겁주기’식 주장은 계속됐다. 정동영 의원은 “한-EU FTA로 친환경 우리 농산물 무상급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복지와 연합정치에 가장 독이 되고 족쇄가 되는 게 불평등조항 투성이인 한-EU FTA다. 머지않아 국민의 고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야권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하지만 SSM 규제법이 사문화될 것이라거나 우리 농산물로 급식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한-EU FTA 발효 4개월이 지난 지금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11월 공포된 뒤 올 6월 개정된 유통법과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상생법은 SSM과 대형마트를 ‘유효하게’ 규제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FTA가 발효돼도 실정법은 국내에서 효력을 갖고 집행한다”며 “EU 측으로부터 분쟁을 제기하겠다는 어떠한 의사 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 정윤모 소상공인정책국장도 “공공목적 달성을 위한 입지규제로 평가될 때는 SSM 규제법이 인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학교 급식의 경우 한미 FTA는 협정서 자체에 예외조항을 넣었지만 한-EU FTA는 WTO GPA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해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06년 WTO GPA 적용대상에 학교 급식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으며, WTO 측은 우리 요구를 수용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WTO GPA 개정협상이 연말에 타결될 예정인데, 학교 급식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끝났다”며 “학교 급식 예외는 한미 FTA와 한-EU FTA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농산물을 급식에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우리 농산물 급식을 막거나 규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경기도교육청 안대준 평생체육건강과장은 “학교 급식에 수입 농산물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며 “국산 중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EU FTA 당시 SSM 규제법 논란이나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처럼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점철된 반대 때문에 정작 필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비생산적 논쟁이 엄청난 국력 손실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