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 공간의 왕국/레이먼드 탤리스 지음·이은주 옮김/448쪽·2만 원·동녘사이언스
뇌과학을 다루는 책이 넘쳐난다. 이 책은 좀 다르다. 원제부터 뇌(brain)가 아닌 머리(head)를 키워드로 던진다. ‘우리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것’(머리)이 과연 ‘우리 것’인가라는 당돌한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한다. 복잡한 뇌과학 지식이나 낯선 신경이론 대신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땀 냄새, 그리스 고전의 전투 장면, 작곡가 스메타나의 이명(耳鳴) 등 역사와 예술 속 다양한 장면을 예로 들며 상식을 이용해 독자에게 머리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콧물과 땀을 흘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부터 끄덕임과 미소, 언어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동작을 지시하는 머리를 향한 인문학적 탐험이다.
저자는 영국 유력지 선정 ‘영국 최고의 두뇌 50명’ ‘살아있는 지식인 20명’ 등에 뽑힌 시인이며 소설가이고 철학자다. 그의 ‘만물박사적 머리’가 빛나는 책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