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함만으로 질환 단정은 금물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얼마 전 진료실에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엄마는 “딸이 집중과 정리 정돈을 못하고 잘 잊어버린다”며 ADHD가 아닌지 걱정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여학생은 얌전하고 수줍은 모습이었다.
그다지 산만해 보이지 않았다. 간혹 진료실에서만 조용한 아동도 있기 때문에 아동의 가정이나 학교생활 모습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책을 펴면 네 살짜리 동생이 와서 같이 놀자고 하니 아동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들 세 명을 돌보면서 엄마도 많이 바쁘고 여유가 없던 터라 늘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동의 행동은 더욱 느리고 산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ADHD가 아니다’라는 소견을 내놓자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ADHD는 단순히 아동이 산만하다고 해서 내리는 진단이 아니다. 반면 집중을 잘하는 듯해 보여도 ADHD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ADHD가 있는 아동은 집중의 기복이 심해 좋아하는 것은 너무 심하게 집중하고 지루한 것은 집중하기 매우 어려워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밥 먹는 것도 잊고 몇 시간씩 앉아서 집중한다.
ADHD로 진단되는 어린이는 수학문제를 푸는 데 30분도 못 앉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는 몇 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집중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지겹고 하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싫어하는 것을 시켰을 때 집중하는 정도가 ADHD 진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ADHD는 집중을 못하는 병이라기보다 집중의 기복이 심한 병 혹은 집중 조절이 어려운 병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아이가 진단도 받기 전에 부모의 극성 때문에 집안에서 ADHD로 의심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런 의심은 ADHD보다 더 깊은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