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창밖의 풍경들이 스치는 모습을 보니 불현듯 지난여름 짧았던 여행에서 지친 몸을 편안히 감싸줬던 우등버스의 안락함이 떠올랐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석과 같은 편안함과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오토만 시트는 과연 시에나(Sienna)의 가장 큰 장점이다. 타보질 않아 퍼스트 클래스의 항공석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우등버스의 더없이 편한 시트와는 분명히 닮아 있다.
지난 3일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첫 번째 미국생산 국내 수입차량 시에나의 시승기회가 주어졌다. 코스는 서울 서초동을 출발해 춘천고속도로와 46번 경춘 국도를 거쳐 춘천 라테나 콘도에 이르는 총 105km의 구간.
차량탑승에 앞서 외관을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유선형에 전면은 두툼한 범퍼 위쪽으로 양 끝에 크롬을 넓게 둘러 세련된 모습의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후면은 시인성을 강조한 LED 램프가 사용됐다.

파워슬라이딩 방식의 뒷문은 도어 손잡이를 한 번 당기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방식. 일반 미니밴 대비 더 넓게 열려 승하차와 화물운반이 편리하다. 실내에서 버튼동작 뿐만 아니라 리모트 키를 이용해 개폐가 가능하다.
전체 7인승 좌석에서 3열은 3인이 탑승하고, 2열은 2개의 좌석이 독립된 구조다. 우선 2열 시트에 앉아 오토만 시트를 체험해 봤다. 슬라이딩 레버로 최대 650mm까지 공간 확보가 되니 무릎이 여유롭고 종아리 부근에 받침까지 연장하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옆 좌석과도 공간이 충분해 중간에 짐을 수납해도 된다. 좌우측 창은 개방감이 뛰어나 2열이지만 답답함이 전혀 없다.
하지만 시트는 전동방식이 아닌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과 1열을 제외하고 전 좌석 열선기능이 없다. 미니밴의 특성상 영화, 게임, TV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부재는 럭셔리 미니밴을 표방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앉아 주행성능을 시험했다.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건 일반차량과는 다른 변속기 위치로 센터페시아 상단 좌측에 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쉽고 빠르게 익숙해졌다. 3.5리터 엔진은 6200rpm에서 최고출력 266마력 4700rpm에서 33.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차량크기와 중량이 유사한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3.6 가솔린 차량이 최고출력 283마력, 최대토크 36.0kg.m 임을 가만하면 제원 상으론 조금 뒤쳐진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3.5 리미티드 모델은 부드러운 조향감과 뛰어난 응답성 및 고속 주행 시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해 제가 국내 출시 전부터 지방출장에 줄곧 사용해왔다”며 “시승회를 통해 시에나의 도입계기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던 한국토요타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의 발언이 떠올랐다.
3.5 리미티드 모델은 2톤이 조금 넘는 육중한 차체를 전륜구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미니밴의 특성상 다이내믹한 주행보다는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중점으로 시승했다. 먼저 30~40km/h의 저속주행을 시작으로 100~110km/h에 이르는 고속까지 핸들링과 브레이크 응답성, 승차감 등을 차례로 살펴봤다.
저속과 고속에서 일관된 느낌으로 핸들이 가볍게 느껴진다. 미니밴이라지만 100km/h에서도 여전히 가벼워 불안하다. 80km/h의 속도로 일정하게 달리면 1800~1900대 rpm이 유지되며 변속기는 4단에 고정돼 정숙한 주행이 가능하다. 미국산 이지만 일본차의 마인드는 여전해 보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시에나의 경쟁상대는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정도다. 한국토요타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시에나의 입항식에서 “판매목표를 월 50대, 연간 600대 규모로 정하고 미니밴 시장이 크진 않지만 신차를 통해 미니밴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시에나가 국내 수입 미니밴 시장을 개척하게 될지는 오는 8일 본격 판매와 함께 공개될 가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