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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존 우드의 도서관

입력 | 2011-11-08 03:00:00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앤드루 카네기가 세계에 도서관 2500개를 건립한 것은 전설과도 같은 박애주의 성공 사례의 하나다. 그의 업적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 미국인이 경신했다.

나는 존 우드(47)가 세운 도서관에서 1000만 권째의 책을 전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베트남 메콩 삼각주에 있는 한 마을을 방문했다. 어린이들은 책을 마치 진귀한 보물처럼 여기고 환호했다. 우드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룸투리드(Room to Read)’는 전 세계에 도서관 1만2000개와 학교 1500개를 세웠다.

그는 카네기가 만든 것의 약 5배에 이르는 도서관을 개관했다. 우드의 도서관이 대부분 방 하나짜리 도서관이어서 카네기의 대형 도서관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룸투리드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급성장하는 자선단체로 하루에 6개의 새로운 도서관을 개관하고 있다. 맥도널드가 하루에 매장 1.08개를 여는 것과 비교된다.

이 모든 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국장이던 우드가 네팔 오지의 학교에서 학생 450명을 만난 1998년 시작됐다. 책이 없던 학생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던 우드는 당나귀 대상(隊商) 행렬에 책을 가득 싣고 산더미처럼 많은 책을 전달했다. 아이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활력이 우드로 하여금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동거하던 여자친구까지 떠나면서 룸투리드를 만들게 했다.

그는 도서관 개관뿐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채워야 하는 거듭된 도전에 마주쳤다.

룸투리드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언어로 된 책을 전달하기 위해 크메르, 네팔, 라오스, 모잠비크어로 책 591권을 출판했다. 또 가난으로 학교를 그만두려던 소녀 1만3500명을 지원했다. 조그만 보트로만 접근이 가능한 메콩 삼각주의 구석에서 만난 고등학생 레티미두옌은 그중의 하나였다. 홍수 이재민인 그의 가족은 개천 옆의 초라한 천막에서 살고 있다.

두옌은 중학생 때 가족을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 두옌은 “교육이 여성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룸투리드 관계자들이 그의 집을 찾아가 학교에 다시 보내라고 설득했다. 학비를 대고 교복을 사주고 보트와 자전거로 2시간 동안 통학할 필요가 없도록 기숙사비를 지원했다. 이제 학교에서 떠오르는 스타인 두옌은 “대학에 가고 싶다”며 수줍게 말했다.

소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1년에 250달러(약 28만 원)가 소요된다. 1000만 달러에 이르는 모델 킴 카다시안의 결혼식 비용이라면 4만 명의 소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외 영향력 확대에 기울였던 수많은 미국의 노력은 한 세대 이전 베트남에서와 마찬가지로 실패작이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대를 파견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썼지만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 반면 교육지원은 저렴하면서도 혁명적이다. 오늘 학교에 더 많은 돈을 쓰면 내일 미사일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우드는 나에게 “7억9300만 명이 문맹이라는 사실에 좌절했다”며 “우리가 계속 지원한다고 해도 모든 아이가 이익을 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원하지 않으면 이들의 가난이 영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는 “20년 안에 5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10만 개를 짓고 싶다. 50년 목표는 ‘잘못된 시간과 장소에서 태어나 교육받을 수 없다’는 생각 자체를 뒤집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인류 역사의 쓰레기더미에나 어울리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카이레이에서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