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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받고 싶다고 받는 상 아냐”

입력 | 2011-11-08 07:00:00

7일 MVP 투표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KIA 윤석민(오른쪽 끝)과 삼성 최형우(왼쪽 2번째)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또 삼성 오승환(왼쪽 끝)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처음부터 차분한 표정이었다. 최형우와 윤석민 사이로는 롯데 이대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끝내 통하지 않은 오승환의 선의

윤석민 ‘몰표’에 가까운 압도적 득표
KIA 관계자 “2차까지 염두에 뒀는데”

오승환 “내 판단이 잘못 됐다” 의연
최형우 “몰표 주다니” 기자단에 불만


팀 후배를 배려한 삼성 오승환(29)의 선의는 끝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화의 역풍’을 불러일으켜 옆자리에 앉아있던 최형우(28·삼성)와 함께 KIA 윤석민(25)의 최우수선수(MVP) 등극을 말없이 지켜봐야 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야구담당기자단의 투표로 희비가 갈린 7일 MVP 시상식. 윤석민이 압도적 득표력(62표)을 과시하며 MVP를 차지한 가운데 오승환은 19표, 최형우는 8표, 이대호(29·롯데)는 2표에 그쳤다. 지난해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을 달성하고도 MVP 투표에서 류현진(한화·30표), 김광현(SK·3표)과 겨뤄 59표를 얻은 이대호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날 윤석민의 득표수는 ‘몰표’에 기반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승환은 자신이 사퇴의사까지 밝히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최형우가 고작 3등으로 처진 사실에 대해 “진심을 알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 판단이 잘못됐다. (기자단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사퇴 파동’의 한 당사자 오승환은 초연한 자세를 잃지 않은 반면 또다른 당사자 최형우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표 내내 붉으락푸르락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않던 최형우는 “(윤석민한테만) 몰표를 주면 어떡하냐”며 취재진에게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석민이 개표 초반부터 여유있게 선두를 달린 끝에 과반수를 훌쩍 넘어 MVP로 선정되자 KIA 구단 관계자들은 표정 관리에 신경을 기울였다. 한 KIA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다. 오승환이 후보 사퇴 발언을 했지만 사실 2차 결선투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오승환의 득표력을 높이 사고 있었다. 후배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사퇴의사를 드러내고도 당당히 2위에 오른 오승환은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라는 얘기였다.

MVP 투표를 나흘 앞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례 없는 ‘후보 단일화’를 공표했던 삼성 구단 관계자들의 모습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한 삼성 구단 관계자는 “최형우도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은 게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MVP는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줘야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뼈있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래도 류현진이랑 붙었을 때보단 많이 나왔다”(2006년 MVP 투표·류현진 47표·이대호 35표·오승환 10표)며 의연했던 오승환과 잔뜩 실망감만 표현했던 최형우의 ‘극과 극’자세야말로 어쩌면 이날 MVP 투표에서 드러난 일방적 표심을 해석할 수 있는 단서일지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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