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았구나” 수능 치른 10일 저녁… 여기 로맨틱코미디 영화 2편이 딱이구나
○ 핫한 배우들의 열전 ‘닮은꼴’
‘티끌모아 로맨스’의 지웅 역 송중기(위)와 홍실 역 한예슬. 필라멘트픽처스 제공(왼쪽), ‘너는 펫’의 은이 역 김하늘(왼쪽)과 인호 역 장근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한창 뜨거운 배우들이 출연한 점도 닮았다. 송중기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뿌리 깊은 나무’로 주가가 오르고 있고, 한예슬은 드라마 ‘스파이 명월’ 출연 펑크 사태로 연예계를 들었다 놓은 주인공이다. 상대도 만만치 않다. 중성적인 마스크로 일본 팬들을 오금 저리게 하는 한류스타 장근석과 영화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인 연기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김하늘이 나온다. 두 김 감독 모두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다.
○ 무릎을 치게 만드는 ‘티끌모아…’
‘티끌모아…’에는 ‘88만 원 세대’의 페이소스가 담겨 있지만 분위기는 발랄하다. 현재 흥행순위 1위를 달리는 ‘완득이’가 다문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 것처럼 영리한 전략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파는 장르지만, 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일 때 설득력도 있고 재미도 있다. 이런 점에서 ‘티끌모아…’는 ‘수능 대박’을 노릴 만하다.
톡톡 튀는 캐릭터도 살아있다. 취업을 못하고도 철이 덜 든 송중기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야동을 보며 침 흘리고 버스 창문에 코딱지를 도배한다. 그가 콘돔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을 때 50원이 모자라 절절매는 상황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의 통장 잔액은 45원!
상대역인 한예슬은 청년실업의 시대에 억척스러움이 생존능력이라고 믿는 인물. 커피숍에서 설탕을 왕창 챙기다 직원에게 핀잔을 듣고, “맥주병이 하나에 50원인데 하루에 3개씩이면 150원, 1년이면 5만4750원”이라며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지웅의 술병을 챙겨간다.
○ 만화 캐릭터들의 향연 ‘너는 펫’
만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반기는 관객이라면 ‘너는 펫’을 선택할 만하다. 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라인이 관객의 공감을 방해한다. ‘너는 펫’의 ‘수능 성적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티끌모아…’가 ‘찌질한’ 청춘의 ‘옥탑방 로맨스’라면 ‘너는 펫’은 잘나가는 커리어우먼과 발레리노가 고급주택가를 배경으로 나오는 ‘펜트하우스 로맨스’다. 시종일관 김하늘의 각선미를 강조한 짧은 치마는 한예슬이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는 군복 닮은 점퍼와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애완동물이 된 장근석과 주인 김하늘의 티격태격 소소한 에피소드만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김하늘이 입으로 ‘빵’ 하고 쏜 총에 맞은 장근석이 누워서 버둥거리는 장면, 두 사람이 레슬링을 하며 암바(이종격투기의 한 기술)를 거는 장면은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발연기’라 할 만하다. ‘12세 관람가’ 등급에 맞추려고 러브신을 생략하다 보니 동거하는 남녀의 야릇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