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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관위원장 130명 한국서 첫 회의… “어떤 불법선거운동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

입력 | 2011-11-08 03:00:00


“재외국민 투표 이렇게” 세계 129개국의 재외선거관리위원장 130명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내년 4월 열리는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재외동포 투표 과정을 시연해 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재외국민 선거가 내년 4월 총선부터 실시되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월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선관위 의견이 제출됐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우선 해외에서 영주권자가 조사에 불응할 경우 실질적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제안했다. 국외에서 금품 수수, 허위사실 유포 등 징역 3년 이상의 형에 해당되는 선거법 위반의 경우 외교통상부 장관이 여권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하거나 여권의 반납을 명령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또 투표권이 없는 시민권자가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할 경우 외교적 분쟁 때문에 압송 등 실질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차선책으로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관위의 우려는 이날 처음으로 소집된 재외선거관리위원장 회의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재외선거관리위는 중앙선관위가 재외선거관리를 위해 158개 해외 공관에 설치한 조직으로 △재외투표소 설치 △투표관리 △선거범죄 예방 및 단속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회의에 참석한 재외선거관리위원장 130명 중 109명은 민간인이다. 이들은 투표용지 관리 실습, 재외선거 위법행위 예방 단속 등의 교육을 받았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재외선거관리위원장들은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은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가지 않아 폭풍전야의 고요한 상태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을 경우 온갖 논란과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본 요코하마(橫濱) 유혁수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요코하마엔 경상남북도와 제주도 출신이 많은데 각 정당이 (벌써부터 향우회 등을) 접촉한다고 하더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도쿄(東京) 김기봉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해 “선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심 멤버들이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지역의 재외선거관리위원장들은 “경제력에 의해 소중한 참정권이 제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공관 중에 유권자가 19만70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정철교 위원장은 “애리조나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려면 승용차로 10시간 정도 걸린다”며 “하루 동안 일을 못 하고 자비로 200달러를 쓰면서까지 투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500여 개의 한인회 관련 단체 중 우려스러운 단체가 있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양금석 위원장은 “도대체 선거를 하라는 것이냐, 말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이제승 위원장은 “상하이는 어느 나라 교민보다 단합이 잘되지만 교민사회의 분열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