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에서 검출된 독성물질, 일반 제초제서도 나오는 성분합동조사단 주내 공식 발표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에 미군이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의혹은 결국 확인되지 못한 채 조사가 마무리되게 됐다. 5개월여 동안 이 사안을 조사해 온 한미 공동조사단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고엽제 매립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7일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한미 합동으로 장기간 면밀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고엽제 매립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캠프 캐럴 내 농약, 제초제 등 화학물질을 1981년 미국 유타 주로 옮겨 처리했는데, 이에 대한 반출기록이 조사단으로 넘어오는 대로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엽제 매립 의혹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가 5월 미국 민영방송 KPHO-TV에 “주한미군이 1978년 캠프 캐럴에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를 묻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이 증언은 국내외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신속한 조사와 한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5월 말 태스크포스(TF) 및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6월 1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고 ‘모든 조사는 한미 공동으로 실시하며 조사단에는 한국 측 민간위원과 주민들을 포함시킨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조사단은 드럼통을 찾기 위해 매립 의혹이 제기된 캠프 캐럴 영내 헬기장(1만4400m²)을 지표투과레이더(GPR) 등으로 조사했다. 7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하우스 씨가 고엽제를 매립했던 장소로 기억하는 곳을 지목하면서 추가로 조사가 진행됐지만 결국 고엽제 드럼통을 묻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9월에는 기지 내 화학물질이 저장돼 있던 곳에서 지하수 수질을 측정한 결과 고엽제의 주성분인 ‘2, 4, 5-T’가 검출되면서 ‘하우스 씨의 증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지 인근 외부의 지하수에서는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2, 4, 5-T’는 다른 제초제에서도 검출되는 성분이기 때문에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결정적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TCE와 PCE도 고엽제와 관련이 있는 물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