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더미에 서서 미래도시 꿈꾸다
이소자키 아라타의 미래도 시를 위한 구상. 건축과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본 ‘메타볼리즘’ 운동의 건축가를 조명한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에 소개됐다. 그가 1961년 발표한 ‘신주쿠 프로젝트-공중 도시’ 개념은 현대의 눈으로 봐도 여전히 새롭다.
‘메타볼리즘’의 상징적 건축물로 꼽히는 구로카와 기쇼의 ‘나카긴 캡슐 타워’(1972년). 모리미술관 제공
전시에선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이 돋보인다. 1960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디자인회의에서 발표한 메타볼리즘 선언문과 함께 그 이론적 바탕이 된 자료들, 현실로 구현된 건축물을 균형 있게 소개해 깊고 넓은 맥락으로 운동의 흐름을 짚어냈다. 전문가들이 관심 가질 만한 미공개 자료도 많지만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예술적 조형물처럼 만든 크고 작은 모형,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역동적 영상 등 일반인을 위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메타볼리즘의 탄생’부터 세계로 뻗어간 ‘글로벌 메타볼리즘’까지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의 첫머리는 1955년 건립된 단게의 히로시마 평화센터가 장식했다. 학예실 마에다 나오다케 씨는 “이 기념관은 전후 일본 건축과 도시 계획의 출발점을 의미하는 건물”이라며 “기념관 단지를 위해 그가 만든 마스터플랜은 일본 건축의 전통을 서구 건축의 형식과 접목하고, 건축을 도시계획과 연계한 점에서 메타볼리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참여한 1966년 ‘공간에서 환경으로’전과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메타볼리즘은 건축을 넘어 디자인과 미술 등 타 장르와도 공명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이와 관련해 도시 설계와 건축의 관점에서 엑스포 현장을 접근한 공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1970년대 이후 일본 건축가들은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혀 국제공모대회를 통해 도시 설계와 연계된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마케도니아의 수도 재건을 위한 마스터플랜(단게), 싱가포르에 건립된 대학 캠퍼스 단지(마키) 등이 그런 사례다.
전시는 모두 80여 개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건축사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서구 건축의 일방적 수용에서 벗어나 독자적 길을 찾은 자국 건축가를 재조명함으로써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에게 자부심을 일깨우는 데도 한몫을 한다. 더불어 ‘전후, 그리고 오늘의 일본: 재건을 위한 꿈과 비전’이란 전시 부제는 우리에게도 화두를 던진다. 건물이 아닌 도시를, 오늘이 아닌 내일의 한국을 향한 꿈과 비전이 존재하는지 돌아보라고.
도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