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과 첫 청와대 만남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만남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7회 국무회의에 박 시장이 참석해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의결권은 없지만 배석할 수 있으며, 전임 오세훈 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석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대면은 현재 국정 최고 현안이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찬반 문제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박 시장이 전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촉구해 청와대 측과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서울시가 시유지에 있는 청와대 앞 사랑채 내부의 정부 홍보 시설물 철수를 요구하면서 야권의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양측간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과거 각각 서울시장과 시민단체 운동가로서 함께 협조했던 때를 떠올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환담에서 반갑게 악수를 한 뒤 "내가 서울시장 때 많이 협조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박 시장은 "맞다. 그때는 자주 뵈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고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겼다.
김 전 대통령 당시 `서울시장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는 대통령령은 노 전 대통령 때 `대통령, 국무총리가 필요하다가 판단할 경우 또는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배석이 가능하다'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는 2003년 6월4일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단 한 차례 참석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 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예전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은 박 시장이 제도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여야가 엇갈렸지만, 서로 사안별로 협력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인이 아닌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에 협조해 달라는 의미로도 들렸다.
박 시장은 "지난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때 (국무위원들에게) 인사를 했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 당시 박 시장이 `에코 카운슬(ECO COUNCIL)' 위원으로 시정에 자문했던 일을 화제로 올리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린 트러스트(도시숲 만들기) 단체에서 일을 맡아서 했고, 그때 감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과 인사에 앞서 박 시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따로 대화를 나눠 김 장관이 현재 비준안 체결에 부정적인 박 시장에 한·미 FTA의 성사 과정과 내용에 대해 설명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