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절대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죽음, 두 번째는 세금, 마지막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평생을 함께 하는 그림자 같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방금 전화를 끊은 뒤에도, 떠들썩한 파티에서도, 심지어는 사람들 속에서 즐겁게 어울리다가도 문득 외롭다고 느낄 것이다.
외로움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론리니스(loneliness)와 솔리튜드(solitude).
하버드 대학 철학과 교수인 폴 틸리히는 둘의 차이를 이렇게 분류했다.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론리니스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솔리튜드라는 것.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 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 355쪽 / 13500원
다양한 사람들이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48개의 에피소드로 우리네 일상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늘려가는 연습을 통해 외로움을 절망의 시간이 아닌, 희망의 기회이자 위대한 가능성을 발효시키는 시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거부당한 딸, 암에 걸린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남편, 과시 경쟁에 빠진 스타 블로거, 주말마다 집 밖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는 홈리스 가족, 설 자리를 잃어버린 중년 가장 등 흔히 만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들려준다.
저자는 역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사람들 가운데 외로움과 결핍을 창조로 연결시킨 ‘외로운 창조자’가 유난히 많다고 분석했다. 갈릴레오, 베토벤, 아인슈타인, 그리고 현대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들은 외로움 앞에 우뚝 섰고, 외로움이라는 에너지를 이용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업적을 남겼다.
그는 “외로움 안에 머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본질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며 “위대한 창조자들이 혹독한 외로움 속에서 얻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그들의 위대한 성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한 심리학자가 ‘어린 시절의 불행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에 착수했다. 이 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21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생 이력을 분석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습장애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갈등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72명은 잘 자라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학자는 심층 면담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72명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그 공통점이란, 그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있었다는 점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절망의 끝에 매달렸을 때, 마음을 ‘알아주고’ 손을 내밀어주었던 사람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미 튼튼한 동아줄을 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알아주는 마음’은 고래 힘줄처럼 튼튼해서, 어떤 절망이나 위기에 몰린 사람이라도 그 마음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포기의 유혹으로부터 온 힘을 다해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대, 지금 외로운가?
저자는 “모든 태어난 자의 숙명이다. 더 깊숙한 외로움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 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 355쪽 / 13500원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