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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재벌들, 英법정서 ‘60억달러 결투’

입력 | 2011-11-09 03:00:00

베레좁스키 “회사 헐값에 뺏겼다”… 푸틴 측근 아브라모비치에 반환訴




보리스 베레좁스키(65)와 로만 아브라모비치(45).

러시아의 두 거물이 영국 법정에서 개인 간 소송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인 60억 달러(약 6조7200억 원)짜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고인 베레좁스키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신흥재벌을 뜻하는 ‘올리가르키’의 대표적인 인물. 옐친 대통령 재임 당시 석유 항공 신문 방송 분야 등을 보유하며 정재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0년 5월 대통령에 오른 후 자신이 운영하는 ORT TV가 ‘제왕적 통치’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푸틴을 비판하면서 푸틴과 적이 됐다. 결국은 방송국도 내주고 영국으로 망명하듯 도망쳐 ‘반(反)푸틴’의 선봉이 됐다.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의 구단주로 유명한 피고 아브라모비치는 한때 베레좁스키와 정유회사 시브네프트를 함께 운영한 사업 파트너였다. 그는 푸틴의 측근으로 자리를 굳힌 후 베레좁스키가 보유하고 있던 시브넵트와 알루미늄 회사 루살 등의 지분 명목으로 13억 달러를 떼줬다.

하지만 베레좁스키는 회사를 강제로 빼앗겼고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받았다며 영국 법원에 60억 달러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은 8일 “두 거부가 러시아인인데도 러시아 법정을 신뢰하지 못해 런던에서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 출두할 때는 수십 대의 호화 차량과 수행원이 동행하는 것도 이번 재판을 드라마처럼 만들어주고 있다.

베레좁스키는 소송에서 돈을 되찾는 것 못지않게 자신을 축출한 푸틴을 겨냥하고 있어 신구(新舊) 권력 간의 다툼 요소도 있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앞으로 수개월간 펼쳐질 두 러시아 거부의 법정 공방을 통해 소련 붕괴 뒤 ‘법 없이 혼란스러웠던 시절’의 단면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