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발언” 공식 반응은 자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쇄신파의 주장이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는 공개 반응을 자제했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한국 정치의 낙후는 정치적 발언을 듣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시작됐다”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들도 대체로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박 전 대표의 생각이 ‘원론적으로’ 표시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각이 포착됐다.
일각에선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병역 비리’ 공세에 몰린 이회창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후보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일을 떠올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이명박 대통령은 1987년 대선 이후 탈당을 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탈당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인기가 이전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국정 지지도가 한나라당 지지율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다른 참모는 “그럼에도 쇄신파가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박 전 대표가 거기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좀 섭섭하다”고 했다.
“임기 말이 되면 여당의 유력 후보가 청와대와 거리를 두며 대립하는 것은 흔한 일”이란 반응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지닌 참모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박 전 대표는 과거 여당 후보가 대통령을 공격하던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의 대선 구도는 ‘여당 대 야당’이란 오랜 도식이 아니라 오래된 정치질서와 젊은층의 변화 욕구가 맞서 있다는 점에서다.
한 참모는 “박 전 대표가 임기 말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데 1차적 관심을 두는 게 과연 최선의 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