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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에도 꿈쩍 않던 베를루스코니 무릎 꿇린 것은?

입력 | 2011-11-09 09:31:00

성추문-부패에도 꿈쩍 않다가 시장 압박에 사임




성추문과 부패 혐의에도 꿈쩍 않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무릎 꿇린 것은 결국 시장이었다.

칠순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매춘부들을 불러 '섹스 파티'를 즐겼던 사실이 들통나 국제 외교무대에서 망신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던 베를루스코니였으나 이탈리아를 국가부도 위기까지 닦아세운 시장에는 두 손 들고 말았다.

지난 9월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금융시장은 이미 베를루스코니에게 '옐로카드'가 아닌 '레드카드'를 내보였다.

당시 S&P는 "시장의 압력에 이탈리아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것을 볼 때 경제적 도전을 헤쳐나가는 수단과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를 밝혔다.

에두른 표현이었지만, 한 마디로 해석하면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의 리더십 부재, 즉 정치력 부재를 비판한 대목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위기도 이겨낼 것으로 자신하면서 버텼으나 시장은 이탈리아국채 수익률을 7%에 근접할 정도로 끌어올리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마침내 베를루스코니의 '항복'을 받아냈다.

1999년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출범한 이래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6%대 후반으로 치솟은 것은 처음이다.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팀 AC 밀란의 구단주로 축구광인 베를루스코니에게 시장은 "경기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자신의 비판 세력을 "공산주의자"라거나 "테러리스트"로 불렀던 그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 신봉했던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 때문에 정치 인생을 끝내게 됐다.

성추문과 부패 혐의 등 온갖 걸림돌에도 베를루스코니가 지금까지 버텨온 데는 "내가 최고이며 나 말고는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이 없다"는 '자기 최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지난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일(총리직)을 계속해야 하는 의무감을 갖는다. 이는 내게 엄청난 의무이자 자기희생이다.

여기 칸에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나 대신)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 아메리칸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월스턴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은퇴할 타입이 아니다. 매우 특이한 개인적 특성이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이 세상에 최고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제 대를 이어 그리스를 이끌었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와 '유럽연합(EU) +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물러난 버티 아헌 전(前) 아일랜드 총리, 주제 소크라테스 전 포르투갈 총리와 함께 '금융시장이 쫓아낸' 전직 총리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