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개발의 산실 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 연구진이 찐쌀과 누룩을 이용해 다양한 우리 술을 빚고 있다. 농과원은 지금까지 고문헌의 사료와 전국의 누룩 등을 수집해 200여 종의 우리 술을 만들어냈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 내 양조식품연구센터. 한귀정 발효이용과장은 우리 술의 경쟁력을 극찬했다. 양조식품연구센터는 술과 김치, 장류 등 발효와 관련된 우리 식품을 연구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 개발 중인 전통주는 2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들어서자마자 술이 익을 때 나는 특유의 구수하고 시큼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 옛 문헌서 제조법 찾아 재현
한 과장은 “우리 술은 맛과 향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 좋은) 기능’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다”며 “술을 빚을 때 쓰는 누룩도 기능성을 첨가하기 위해 녹두누룩, 밀누룩, 재래누룩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개발 중인 전통주의 상당수는 고(古)문헌에서 우리 술에 관한 내용을 찾아 재현한 것이다. 농과원은 전국 방방곡곡 농촌진흥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나라 전통 술에 대한 이야기, 효모, 누룩, 곰팡이 등을 모으고 있다. 1400∼1800년대에 출판된 ‘산가요록’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사시찬요초’ 등은 우리 술을 만드는 법이 적힌 귀중한 사료다. 미생물학, 식품공학, 식품영양학 등을 전공한 45명의 박사급 연구팀은 고문헌에 적힌 도량형을 현재에 맞게 바꾸고 맛과 향, 기능을 개량해 우리 술을 재현하고 있었다.
○ 소믈리에, 한국 술 맛본다
연구팀이 개발하는 우리 술은 한방주, 전통주에 그치지 않는다. 서양 술인 와인, 위스키도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만들어 낸다. 연구센터 한편에는 쌀로 빚은 청주를 증류해 만든 ‘쌀 위스키’, 사과를 발효해 만든 ‘사과 와인’ 등이 달콤한 향을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연구팀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2012 아세안-오세아니안 소믈리에 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 행사에는 세계 각지의 유명 소믈리에들이 대거 참석하는데,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의 최고 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한 과장은 “행사에 참가하는 소믈리에들은 반드시 개최국의 술(한국 전통주)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로서는 세계의 술 전문가들에게 한국 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사케가 세계적인 술이 된 것도 바로 대회에 참가한 이 소믈리에들이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에요. 술을 아는 사람들이 맛을 보고 홍보해준다면 우리 술이 진짜 세계의 술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수원=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