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流言蜚語)나 괴담은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헛소문이다. 1973년 2월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면서 유언비어 날조 유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처음 생겼다. ‘공공의 안녕질서를 저해하거나 사회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왜곡 날조하여 유포한 자’라는 처벌 조항이 추가됐다. 유신체제와 관련한 유언비어는 강력한 긴급조치로 다스렸다. 경범죄처벌법의 유언비어 날조 유포 조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구성된 1988년 국회에서 언론의 자유 신장과 함께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유언비어의 양(量)은 언론 자유의 정도에 반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모든 개인이 기자도 되고 미디어도 되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언론 자유가 만개(滿開)하고 있지만 유언비어나 괴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론 자유를 악용한 괴담이 늘어나고 피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사태나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도 확인됐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괴담이 난무한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사회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터넷에 괴담을 퍼뜨려도 처벌할 근거가 사라졌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때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풀려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7일 한미 FTA와 관련해 불법폭력과 집단행동을 주동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을 구속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SNS와 인터넷의 파급 효과를 생각하면 악의적인 괴담을 마냥 내버려둘 수만도 없다. 법적 미비점을 알고 있는 검찰은 피해자가 드러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단속하는 법률의 불비(不備) 상태를 신속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