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히기’보다 ‘찍는’것에 빠졌죠”
장석민 UPS코리아 사장이 카메라를 메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 나왔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풍경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장 사장은 “풍경과 마음이 맞닿을 때 셔터를 누른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그런데 이 틀을 거부하고 사진 바깥으로 향하는 CEO가 있다. 사진을 ‘찍히기’보다는 ‘찍는’ 것을 좋아하는 CEO, 바로 물류기업 UPS코리아의 장석민 대표이사 사장(51)이다. UPS코리아 직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보다 직원들을 찍어 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더 익숙하다”고 말할 정도다.
○ 사진 찍어주는 CEO
“업무상 관계가 있는 사람과 골프를 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적으로 일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른 취미를 찾기 시작했죠.”
그가 찾은 새로운 답은 바로 사진.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렌즈, 날씨, 각도 등 많은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그를 사로잡았다. 3년 전 장 사장은 혼자서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를 찾아 카메라를 구입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니콘 D80 카메라다.
“사전 조사 없이 무턱대고 사서 좀 바가지를 쓴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만족하면서 잘 찍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휴가 떠날 때 항상 카메라를 챙겨 갑니다.”
주말에도 아내와 함께 서울 시내 근교를 찾아다니는 그의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들려 있다. 그의 사무실에 전시된 여러 장의 사진은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이에 대해 장 사장은 “직원들과 CEO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 단지 맡은 일이 다를 뿐”이라며 “이러한 파트너십은 UPS를 100년 이상 지탱해 온 기업문화”라고 설명했다. 물류차 운전사로 입사해 32세 때 UPS 한국지사의 총책임자를 맡은 그가 체득한 소통의 방법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조명’이 되어야”
사진을 시작한 뒤 그는 ‘조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이 중요한 것처럼, 직원들에게도 조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아침에 출근할 때 ‘회사를 망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와 CEO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독학으로 사진을 익힌 것도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됐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를 했다고 책망하지 않는다. 장 사장은 “잘못 찍은 사진을 보며 다음번에는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며 “업무 역시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다만 같은 실수만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CEO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장 사장은 “아시아 물류의 허브가 된 한국은 UPS에도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직원들에게 항상 ‘이 고객이 마지막 고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부탁하는데 이 같은 UPS의 마음을 한국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장석민 UPS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1983년 미국 퍼듀대 산업공학 전공
△1985년 UPS 입사
△1996∼2000년 한국 UPS-대한통운 대표이사
△2000∼2002년 UPS 동아시아 및 중국지역 산업공학·업무팀 담당 이사
△2002∼2004 년 UPS 미 노스웨스트 지역본부 이사
△2004∼2006년 UPS 국제산업공학팀 담당 이사
△2006년 ∼ UPS코리아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