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축제’인 모터쇼가 유럽에서 잇달아 취소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입니다.
10일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에 따르면 지난달 6일(현지 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모터쇼가 취소된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13일까지로 계획됐던 그리스 아테네 국제모터쇼, 포르투갈 리스본 국제모터쇼가 무산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17일부터 밀라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상용차 및 물류전시회 ‘트랜스포텍 로지텍 2011’이 취소됐습니다.
숱한 제조업 가운데서도 자동차산업은 특히 경기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신차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그리스의 신차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줄어든 7만9000여 대에 그쳤습니다. 포르투갈(―23.5%), 스페인(―20.7%)은 물론이고 유럽 국가 중 신차 내수 규모 4위인 이탈리아도 판매량이 11.3%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업체인 피아트는 올해 유럽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취소된 모터쇼들은 미국 디트로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에서 열리는 대형 모터쇼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그리 큰 행사는 아닙니다. 명칭이 ‘국제 모터쇼’이긴 하지만 사실 ‘국내 행사’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행사 자체가 완전히 취소될 정도라면 현지의 경제상황이 어떤지 충분히 짐작하게 됩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도 주요 모터쇼의 규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예 행사가 열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자동차산업에 매서운 한파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