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뜻일까. 올시즌 삼성 주장을 맡았던 프리에이전트(FA) 진갑용이 내년 캡틴 완장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진갑용이 캡틴을 반납하고 싶은 이유
주장 완장 차고 KS 우승만 무려 3번
내가 더하면 후배들 부담 가질텐데…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SK와 4번 싸워 4번 모두 지고 큰 생채기를 입었다. 이 완패의 영향으로 사령탑이 전격적으로 경질됐고, 사장·단장의 구단 경영진도 교체됐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말 선수단 워크숍을 통해 주장 또한 바뀌었다. 그러나 사장·단장·감독은 모두 ‘초짜’여도 주장만큼은 경력자였다. 2005년과 2006년 삼성이 2년 연속으로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통합 우승했을 당시 주장으로 큰 역할을 한 포수 진갑용(37)이었다.
시즌 내내 진갑용은 젊은, 그래서 갈팡질팡할 수도 있는 후배들을 때로는 호통치고, 때로는 다독이면서 잡음 없이 이끌었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 또 한 차례의 우승을 장담하고 있는 류 감독이나, 프런트 모두 진갑용의 주장 연임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도리질을 친다. 9일 마무리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발한 진갑용은 “내년에는 절대 안 맡는다”고 말했다. 그가 내년 주장을 고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올시즌 후 취득한 프리에이전트(FA)라는 신분적 제약이 근거다. 보통 FA는 원 소속구단과 계약하든, 타 구단으로 이적하든 계약 첫 해에는 ‘은둔’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 가지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주장을 맡아서 공교롭게도 3번씩이나 우승했는데, 주장 때문에 우승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내 뒤로 주장을 맡을 선수들은 두고두고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이쯤에서 나도 주장을 그만하는 편이 옳다”고 밝혔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은 속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