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가운데)이 불교계 행사에 참석해 합장으로 예를 표하고 있다. 불교계와 그의 인연은 전두환 전 대통령만큼 기막히다. 동아일보DB
“…그렇습니까.”(송월주 총무원장)
1980년, 서울에 개원하는 군 법당 행사에 참석했을 때 당시 노태우 보안사령관을 처음 만났다. 뛰어난 학승이었던 탄허 스님(1913∼1983)과 내가 “이 법당에서 나라를 지키고 불법을 지키는 재목이 배출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법문을 했다. 행사 뒤 사석에서 노 사령관은 12·12사태에 이어 불교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싶은 듯 갑자기 남산터널 얘기를 꺼냈다. 그의 인상은 부드러웠다. 엉뚱하다 싶었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당시는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의 권력이 세상을 옥죄고 있던 시기였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노 후보 집에 종단 간부 스님들이 초청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스님이 “불교 신자임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청하자 노 후보는 “모든 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표를 얻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출퇴근 때마다 차 안에서 금강경 독송 테이프를 듣는다” “스님, 천수심경을 누가 더 잘 외우는지 겨뤄 보자”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불교계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직지사 주지와 동국대 이사장을 지낸 녹원 스님과 돈독한 관계였다. 이를 계기로 부인 김옥숙 씨의 법명을 딴 ‘만덕전(萬德殿)’이 직지사에 세워졌다. 대구 동화사 약사여래불을 조성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당선 뒤 10원짜리 동전의 다보탑 도안에 불상을 새겨 넣어 대통령이 됐다는 말도 나돌았다. 소문은 그 도안이 대선보다 한참 전에 적용된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해명에도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뇌에 찬 결단.’ 한동안 유행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한꺼번에 떠올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 사이의 인연도 기막히지만, 두 사람이 불교와 가진 인연도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무릎이 닳도록 절에 다닌 걸로 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는 팔공산 파계사 아래에 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파계사 신도회장까지 지낼 정도로 독실한 신도였다. 가톨릭 신자였던 전 전 대통령은 권력을 잃은 뒤 백담사로 가서 천수심경을 외우게 됐고,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을 잡기 전에 달달 외웠다.
부처님이 세상을 떠날 때의 설법을 기록한 열반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일체 모든 행위는 무상해 생멸하고), 생멸멸이 적멸위락(生滅滅已 寂滅爲樂·생멸을 넘어서면 열반의 즐거움이라).’
모든 존재는 생사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결코 동일한 상태로 머물 수 없다. 이 이치를 깨달아야 참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럴진대 무슨 비밀이 있겠는가? 건강도 회복하고 밝힐 것은 밝혀, 편안한 마음이 됐으면 한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