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졸 관측장비, 내년 전국 20곳에 아시아 첫 배치
매년 막대한 양의 오염물질이 중국에서 건너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양이나 오염물질의 종류는 모른다. 오염물질의 크기가 작아 잡아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중국 정부가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우리가 직접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확인할 길이 생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내년 2월 우리나라 곳곳에 대기오염물질 검출기 20대를 설치하고 3월 1일부터 3개월 동안 이 장비로 오염물질을 집중 관측하기로 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이 실험이 진행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NASA는 같은 시기 일본 오사카 지역에도 관측기를 설치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 기후변화 물질, 에어로졸
실험 이름은 ‘드래건(DRAGON·Distributed Regional Aerosol Gridded Observation Networks)’이다. 지역별로 에어로졸을 관측하는 실험이란 뜻이다. NASA는 올여름 워싱턴DC과 볼티모어에서 드래건 실험을 한 차례 실시한 바 있다.
지난주 현장 방문차 방한한 드래건 실험 책임자인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브렌트 홀벤 박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최근 에어로졸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어로졸은 대기오염 물질이며 최근에는 ‘기후변화 물질’로도 분류된다. 황산염은 거울처럼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 온도를 낮춘다. 과학자들은 황산염 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태양을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에어로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홀벤 박사는 “내년 한국에서 심도 있게 조사해 에어로졸의 역할이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방사성 물질 이동경로 알 수 있을까
에어로졸을 검출할 장비인 ‘선포토미터(Sun Photometer)’에는 광센서가 달려 있어 태양 복사량을 잰다. 대기에 에어로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태양복사량을 비교하면 에어로졸 양을 추산할 수 있다. 내년에 우리나라에 설치되는 선포토미터 20대 중 10대는 수도권에, 나머지는 백령도 등 서해안 일대와 부산, 광주, 강릉 등에 놓는다. 서해안에 배치된 선포토미터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을 포착하는 게 임무다. 수도권에 집중 배치된 10대는 마치 스냅샷을 찍듯 도심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포착한다. 에어로졸이 서해안에 들어와 서울에 머물다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과정도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드래건 실험의 한국 측 책임자인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에어로졸은 태양빛을 직접 차단하거나 구름입자의 씨앗으로 작용하는 등 기후변화 유발 인자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것의 정체를 밝혀 기후변화 연구가 한 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래건 실험에 참여하는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중국 동부 해안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공장이 많이 있는데, 이번 기회로 여기서 발생해 날아오는 오염물질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도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SA 측도 인공위성으로는 에어로졸의 관측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실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홀벤 박사는 “도시가 따닥따닥 붙어 있고 식생이 복잡한 동아시아 지역은 인공위성으로 에어로졸을 관측하기 힘들다”면서 “지상에 선포토미터를 설치하는 만큼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 에어로졸 ::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일컫는 용어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 성분은 에어로졸에 해당한다. 황사를 일으키는 모래 입자나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황산염도 에어로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