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입력 | 2011-11-11 20:00:00


폴리시크(polichic)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politically chic)’을 줄인 말이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는 요새 젊은이들은 ‘간지’가 나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지(感じ)는 ‘느낌’을 뜻하는 일본말로 간지가 난다고 하면 영어의 시크처럼 멋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법륜 스님이 그제 한나라당 초선 모임에서 ‘안철수 현상’을 설명하면서 “요새 젊은이들은 이념적 성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념 과잉의 386세대와 달리 2030세대엔 매력이 먼저고 그 뒤를 이념이 따라가는 모양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형법학자로서는 별로지만 폴리시크하다.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씨는 조 교수에 대해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학벌도 좋고 생각도 올바르고 내용도 있고 품위도 있고, 이만한 자산을 패키지로 가진 진보인사가 없었다”고 표현했다.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진보 쪽의 여배우 김여진 씨는 미모가 출중한 것도, 연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폴리시크하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사회 참여에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폴리시크한 것으로 요새 가장 뜬 사람은 김어준 씨다. 조 교수에게는 사르트르, 김여진 씨에게는 수전 서랜던의 흉내 같은 게 엿보이지만 김 씨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령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서 봤다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그 그림은 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와도 창피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적한 사람에게 부수적인 걸 따지는 지식인 근성이라고 면박을 준다. 그는 조 교수의 한계를 모범생적인, 지식인적인 스타일이라고 비판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거침이 없어 반응이 뜨겁다.

▷한나라당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은 ‘쇄신’을 표방한 소장파임에도 폴리시크하지 못하다. 홍준표 대표가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며 만든 자리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데나 열심일 뿐 그들 스스로는 홍 대표만큼도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보수 쪽에서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지적으로 뛰어나지만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은 별로다. 그럼 젊은 보수논객 변희재 씨는 폴리시크한가. 미국에서는 러시 림보 같은 보수파 라디오 진행자의 인기가 높다. 정치판이 재밌어지려면 보수 쪽에서도 폴리시크한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